
이번편은 상, 하편으로 나누지 않고 묶어서 올립니다.
아무래도 4화까지는 설명부에 속하는 부분이라 지루한 감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 잠 재 몽 -
The missing of a 'I'
@저자 : 에이론 (http://eiron.egloos.com)
@원작 : ZUN / 上海アリス幻楽団 / 東方project
@본 작품은 픽션입니다. 따라서 본문에 등장하는 내용과 설정은 원작과 일절 상관이 없으며, 모두 저자의 창작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본 작품의 모든 권한은 저자인 에이론(Eiron)에게 있습니다. 게시물의 자유로운 이동은 가능하나, 저자의 허락이 없는 본문의 수정 및 상업적 이동은 승인하지 않습니다.
────── There is the Third Latent Dream
* * *
“그으으으으! 바아아안쪼오오옥 자식이이이이이──!!”
죽림 사이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햇살도 시간의 중력에 이끌려 서산 너머로 모습을 감춰갈 무렵, 바닥에 번져가는 까만 먹물 같이 짙은 음영을 드리우기 시작한 땅거미에 숨어 한 소녀가 고함을 지르며 이를 갈고 있었다.
“나를! 감히 나를! 이렇게! 이런 꼴로!”
앳되어 보이는 얼굴과 짜리몽땅한 키, 조막만한 손 등등 언뜻 본 그 모습은 10대 초반의 어린 아이와 비슷한 형태라 할 수 있을까.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가느다랗게 떨리기 시작한 목소리조차 그 모습 또래의 여자아이들과 비교해 별다를 것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만약의 경우에. 어떤 사람이 우연찮게 길을 가다가 이 소녀를 발견하여 그 모습을 잠시만 관찰해 본다면, 아주 특이한 시점에서 사물을 판별하거나 정신상태가 온전치 않은 상태의 소유자가 아닌 이상 그녀의 모습은 ‘평범한 여자아이’란 기준의 상궤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아파! 아프다고……!”
왼쪽 팔뚝에서 뚝뚝 흘러내리는 피. 그리고 소녀가 주저앉은 발치 주위로 굴러다니는, -예전에 어떠한 동물의 형태를 지녔을 법한- 살점들은 아무리 살펴보아도 그 나이 또래가 보여줄 수 있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가뜩이나 붉은 피는 검붉은 땅거미와 섞여 언뜻 보기엔 그 일대 주변이 피바다처럼 보이게끔 하는 착시까지 불러일으킬 법해 혹여 누군가가 길을 지나가다 이 광경을 목도한다면 필시 진해한 기분까지 느낄 터. 사실 소녀의 팔뚝에 흐르는 피도 그녀의 것인지 아니면 주위에 널브러진 살덩이들에게서 나온 것인지 확연한 구분이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그녀는 비명을 토했다. 때로는 신음을 삼키고, 피가 흘러내리는 왼팔을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다른 팔로 힘껏 움켜쥐기까지 했다. 고통스러운 것인가. 아니면 그 표정과 억양에서 확연히 느껴지는, 어떠한 대상을 향한 분노 때문인가. 혹은 둘 다의 경우를 수용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그 원인의 대상은 대체 누구란 말일까.
긴 땅거미의 어둠 속에 몸을 숨기며 소녀는 고개를 들었다. 죽림 사이로 보이는 붉은 하늘의 정경은 흡사 감옥의 창살 너머로 바라보는 정경과 닮은 구석이 있었다. 소녀는 그 정경이 죽림의 그림자에 속박되어 거친 숨을 내쉴 수밖에 없는 자신의 상황을 조롱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이를 데 없는 치욕과 분노가 피가 흐르는 손으로 하여금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바닥을 한 움큼 움켜쥐게까지 한다.
천 조각을 갈기갈기 찢을 때의 소음과 비슷한 낮은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당장이라도 꺼질듯한 그 소리는 마치 생명의 불꽃이 명멸할 때의 신음소리와 비슷하게 들리기도 했다.
소녀는 핏덩이와 살점들에 숨어 울음소리를 내뱉는 그 대상을 피가 흐르지 않는 다른 한 손으로 힘껏 내리쳤다. 마치 대못을 내리찍는 망치와도 같은 그 움직임에 둔탁한 것이 터지는 기분 나쁜 진동이 귓가를 때리는 것을 마지막으로 그 울음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되었다.
“그래…… 그렇게 재촉하지 알아도 알고 있다고……! 네놈이 그녀에게 고자질하러 갈 필요도 없이!”
소녀의 주먹 밑에 깔려 있는 것은 그녀 자신의 손보다도 더 큰 커다란 쥐였다.
아마도 소녀를 향해 무언가 중대한 전언을 전달하기 위해 몇몇의 동료와 함께 이곳을 찾았을 그 살덩이들은 더 이상 그 목적을 다할 주둥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형상에서 밀려오는 재촉의 압박은 소녀의 숨을 막히게 했다. 목표로 하는 상대를 찾기 위해 구덩이든 땅속이든 수풀이든 가리지 않고 도처를 질주하는 이 생물들의 모습은 평소에도 소녀의 비위를 충분히 상하게 만들고도 남았었지만, 거기에 듣기 싫은 재촉까지 운반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면 평소에도 깊은 편은 아닌 소녀의 인내가 폭발하는 것은 그다지 이상할 것이 없어 보인다. 단지 그 폭발의 형태가 이번에는 상당히 거친 방법이었다는 것이 쥐들에겐 비극이 된 것이겠지만.
“좋아, 좋아… 기다려 주겠어……. 이 더러운 쥐새끼들처럼 구석에 숨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이쪽이 바닥을 기어서라도 그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기다려주지!”
미궁의 죽림.
한 번 발을 들이면 필시 길을 잃고 헤매게 만든다는 이 수수께끼로 가득 찬 장소에는 저 먼 달님으로부터 내려왔다는 일행이 죽림의 숲에 몸을 숨긴 채 살고 있다. 소녀가 노리고 있는 그 상대는 필시 그녀로서는 어떻게 해도 찾아낼 수 없는, 그 일행들이 거처하고 있는 장소에 머물러 있겠지.
완전히 모습을 감춘 해 뒤로 짙게 드리워진 땅거미가 재갈이 풀린 짐승처럼 주둥이를 벌린 채 오색찬란한 대지의 빛깔을 게걸스럽게 빨아 마시기 시작했다.
빛이 물러간 자리 위로 내려앉기 시작하는 어둠에 등을 기댄 채, 소녀의 발작적인 웃음이 공허한 죽림의 그림자를 가득 매웠다.
* * *
소녀는 고개를 들었다.
죽림 너머로 보이는 붉은 황혼의 정경은 흡사 감옥의 창살 너머로 바라보는 정경과 닮은 구석이 있었다.
소녀는 그것이 꼭 이 세계의 모습을 축소해 놓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스스로의 과실로 인해 둘러쳐진 옥 가운데에 놓여 빠져나가고 싶어도 어찌하지 못하는 모습이 실로 그럴싸하다고 느낀 것이다.
자조 섞인 실소가 소녀의 입가를 그린다. 머리 뒤로 들어 올려 묶은 소녀의 은발은 어느새 황혼을 받아 옅은 황금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미묘하게 어긋나 있기까지 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황금빛으로 물들은 실소도 불어오는 죽림의 냄새가 섞인 바람에 실어 떠나보낸 것인지, 바람에 찰랑이는 머리카락의 진동이 채 멈추기도 전에 소녀는 평소의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간 지 오래였다.
“마치 황금색 풍경(風磬) 같네.”
등 뒤에서 읊조리듯이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소녀는 살짝 이맛살을 찌푸렸다. 굳이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실을 뽑는다면 실로 비견할 바 없는 천인의 비단옷이라도 만들 수 있을 법한 흑단의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찰랑이고 있는 수려한 미인이 그곳에 있다는 걸.
“오랜만의 재회인데 표정이 영 아니지 않아? 좀 더 얼굴의 힘을 풀면 좋을 텐데 말이지.”
질책어린 말에도 불구하고 은발의 소녀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 죽림 너머로 기울어 가는 황혼을 바라보고 있었다. 흑발의 여성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은발의 소녀가 등을 기댄 벽 측면에 튀어나와 있는 툇마루에 털썩 주저앉았다.
“공주님…? 분명 그녀를 찾아서 안쪽까지 데려오려고 하신 게……?”
“안내는 여기까지면 됐어 레이센. 토끼들한테 잠시 영원정 바깥의 감시를 부탁한다고 말 좀 전해줄 수 있을까?”
“네……? 하지만 뭣 때문에……”
“가.”
“……네.”
긴 머리카락 위로 토끼의 귀를 지닌 정장 차림의 소녀가 등을 돌리며 급히 장소를 빠져나갔다. 흑발의 소녀, 호라이산 카구야는 그제야 레이센이라 불린 기형의 소녀에게 향하던 시선을 거두고 은발의 소녀가 바라보는 서산 너머로 기울어 가는 황혼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번엔 도망가지 않네?”
“…….”
“아니면 도망갈 곳도 없어서 이런 구석진 곳에 숨어 있는 걸까.”
조롱하는 것이 역력한 말이었지만 은발의 소녀에게선 별다른 변화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황혼을 향하던 고개를 내려 은발의 소녀의 무미건조한 그 뒷모습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카구야는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바꿀 수 없어.”
“바꿀 겁니다.”
“이 이변을? 아니면 진즉에 엎질러진 120년 전의 물을?”
저녁때의 한기를 머금기 시작한 바람이 은발의 소녀와 카구야의 머리카락을 쓸고 지나갔다. 묘하게 당겨진 침묵이란 줄다리기 위에서, 바람 소리만이 요란하게 일대를 가득 채운다.
“듣자하니 그 외래인을 원래 있던 세계로 돌려보내려고 했던 모양이던데.”
“…….”
“신사에라도 찾아가 볼 셈이었을까?”
팔짱을 낀 소녀의 손에 일순간 힘이 들어갔다가 사라지는 것을 카구야는 놓치지 않았다. 정곡을 찌른 것이겠지. 쿡, 하고 퍼지기 시작하는 실소를 감출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카구야는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소용없다는 걸 본인이 잘 알 텐데. 혹시 그거야? 외래인이 이쪽 세계로 들어왔으니 혹 외부로 나갈 수 있는 틈이라도 생긴 것이 아닐까 하는 얄팍한 희망이라거나? 신사를 택한 건 그 틈을 발견할 수 있는 확률이 가장 많을 것 같으니까 인거고?”
“……그녀는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입니다. 그건 당신도 알고 있을 텐데요.”
“그래? 난 처음 듣는 소린데.”
소녀의 시선이 카구야를 향해 살짝 틀어진다. 슬금슬금 올라오기 시작한 화를 참는 것 같은 눈매였다.
“이전에 말이지, 이런 이변을 혼자서 조용히 처리할 셈이었어?”
“일이 새어나가면 소란만 더해질 뿐입니다.”
“그래서, 이 일을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처리하고 난 뒤엔?”
대답은 없었다. 카구야는 그럴 줄 알았다는듯이 들리지 않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혼자 입 싹 씻고, 무엇 하나 바뀌지 않게끔 세계를 지금 이 모습 그대로 놔둔 채, 당신은 다시 구차한 핑계를 둘러대며 그늘로 숨어들어가 정지해 있을 셈이야?”
이제 해는 서산 너머로 완전히 기울어지고 희미한 붉은 빛만이 잔상처럼 하늘에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 정경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던 은발의 소녀는 일순 두 눈을 감았다.
“용건이 뭡니까.”
다시금 바람이 일었다. 역풍이었다. 어지럽게 휘몰아치기 시작하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매만지며 카구야는 잠시간의 침묵 끝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정신을 차렸다는 것 같아.”
소녀는 벽에 기대고 있던 등을 땠다. 긴 복도를 가로질러 건물 안으로 걸어가기 시작하는 소녀의 뒷모습을 향해 카구야는 정적이 깔린 목소리로 짧은 한 마디를 중얼거렸다.
“영원과 수유를 다룬다는 건 그냥 겉치레에 불과한 장식일 뿐이지.”
소녀의 걸음이 멈춘다. 시선을 마주하지 않는 대화가 두 사람 사이에 짧게 오고 갔다. 카구야는 중얼거림을 통해서, 은발의 소녀는 침묵을 통해서.
“영원한 것은 없어. 숲도, 하늘도, 이 건물도, 그리고 당신과 나 역시도……. 모두 조금씩 변해가.”
소녀의 뒷모습만으로는 그녀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카구야는 대답이 돌아오길 기다리지 않았다.
“그게 내가 지난 120년간 깨달은 사실이야.”
뚜벅하고 지면을 거니는 소리가 복도를 지난다.
그 발걸음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되었을 때, 카구야는 앉아있던 마루에서 몸을 일으켰다.
* * *
메리벨은 문 밖에 서 있는 은발의 소녀를 보았다. 주변이 떠들썩한 와중에도 그저 이 상황에 대한 결과만을 기다리듯이 두 눈을 감고 홀로 묵묵히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이 그곳에 있었다.
메리벨은 그 모습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그녀만이 이 공간에서 소외되어 있는 것 같이 보인 것이다. 그것은 마치 죽림의 숲속에 나홀로 피어있는 열대식물을 바라보는 기괴함과도 같았다.
──외연에서 겉돌고 있는 존재.
그 공간 안에서 메리벨이 유독 그녀를 향해 눈을 돌리게 된 것도 같은 이유인 것일까.
자신과 이곳은 어울리지 않는다……. 라는 공통점으로 하여금.
“저기!”
메리벨은 목청을 높여 은발의 소녀를 불렀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 시선을 돌린 건 비단 은발의 소녀가 아닌 다른 인물이었다.
“─흔히들 무언가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그런 표정을 짓곤 하지.”
싱긋 미소를 지은 채 동의를 구하듯이 묻고 있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카구야였다. 침상 위에 앉아있는 메리벨을 바라보는 그 얼굴은 미인이라 불림에 의심의 여지가 없는 화사한 미소까지 곁들인 것이었지만, 스스로의 내면을 투영하지 않는 그 시선에서 메리벨은 에이린이나 모코우때와는 또 다른 의미로 기분이 나빠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 그랬어. 내가 낸 시련의 문제 앞에 놓인 수많은 자들이 그런 표정을 보였지. 꽤나 옛일이 되었다곤 하지만, 그것을 망각 너머로 잊어가고 있었다니. 나도 정신 차리지 않으면 안 되겠는걸.”
카구야의 말에 에이린이 쓴 미소를 지었다. 모코우는 불쾌한 일이 떠오른 것인지 인상을 팍 찡그리긴 했지만서도. 아무래도 방금 전 얘기는 세 사람 사이에서 이해될 수 있는 어떤 추억을 상기시키는 내용의 것이었던 모양이다.
“그래. 외래인…… 이름이?”
“……메리벨 한.”
“어려운 이름이네. 특이하기도 하고. 좋아, 메리벨. 무엇을 알고 싶지?”
카구야를 바라보고 있던 에이린의 시선이 바뀐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 표정이었지만, 모코우때와는 달리 그녀 앞에 나서서 딱히 무언가를 짚고 넘어가려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외래인에 대해서. 그리고…… 당신들에 대해서.”
메리벨은 잠시 숨을 골랐다. 하지만 뜸은 잠시 뿐이었다. 에이린조차 나서기를 망설이는 인물, 그리고 서 있는 것만으로도 주위를 압도하는 위압감과 존재감은 고민의 여지조차 날려버리기에 충분하고도 남았으니까. 이곳에서 눈을 뜬 직후─ 계속해서 마음속에 웅크리고 있던 의문을 메리벨은 눈앞의 상대를 향해 입 밖으로 끄집어냈다.
“나에 대해서 무엇을 감추고 있는 거죠?”
카구야의 입가에 걸쳐있던 미소가 한층 더 깊은 것으로 바뀐다. 만족스러운 듯, 혹은 불만족스러운 듯 애매하기까지 한 미소를 통해 무언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처럼.
“───그만 하지.”
여태까지 뒤에서 상황을 지켜 볼 뿐이었던 은발의 소녀가 카구야를 막아서며 돌연히 앞으로 나선 것은 아무도 이를 제지할 사람이 없었던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돌발적인 행동이었다.
“당신……!”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야?”
성큼성큼 다가온 은발의 소녀에게 덥석 손을 잡힌 건 메리벨이었지만 의혹이 담긴 목소리는 에이린과 모코우에게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그 행동에 대한 대답을 요구하는 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는 듯이, 은발의 소녀는 메리벨이 스스로 몸을 일으키길 재촉하듯 침대 밖으로 메리벨의 손을 강하게 끌어당길 뿐이었다.
“더 이상 이곳에서 지체할 시간은 없습니다. 전 이 자를 데리고 떠나겠습니다.”
“너 이 자식!”
모코우가 머리끝까지 화가 치민 표정으로 소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공격적이라고도 느껴질 그 손길을 소녀가 거칠게 뿌리친 건 두말할 것도 없었다.
“넌 본인의 의사따윈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거냐……?!”
“…….”
“착각하는 것 같아서 분명히 말해두는데, 이 녀석은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발로 설 수 있는 인간이야! 네놈과 달리 아무렇게나 쓸려다녀도 아무렇지 않을 짐짝 따위가 아니라고!”
뿌리쳐진 손길을 재장전된 총탄과 같은 기세로 다시금 앞으로 내찔러 소녀의 멱살을 움켜쥔 모코우의 눈에서는 바로 화염이라도 토할 것 같은 적의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하, 아니면 그건가? 예전에 자신이 그런 취급을 받았으니 남한테도 같은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가증스런 발상이라거나? 네놈의 그 망령 고용주에게 꼴좋게 당했던 것처럼!”
당장이라도 살을 뚫고 튀어나올 것 같은 예리한 칼날이 모코우의 목전을 바로 코앞에 두고 멈춘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메리벨의 시선으로선 소녀의 등에 매여 있던 대검이 뽑혀있음을 눈치 챈 건 바로 그 다음이었으니까.
“…………당신은 방금 지옥으로 다가서는 말을 했어.”
“그거 재밌는데? 도저히 인연이 없을 장소를 친히 구경시켜 주겠다니 말이지!”
주위 일대를 잠식하기 시작하는 두 사람의 살기가 호흡을 틀어막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두고 벌이는 것이 분명한 싸움에, 메리벨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니, 알 수가 없게 되었다고 하는 편이 옳은 것일지도 모른다.
딱 한 순간──. 모코우의 제지를 받아 소녀의 고개가 뒤로 돌아가기까지의 짧은 한 순간이었지만, 메리벨은 보았던 것이다.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 채 무언가에 쫒기는 것처럼 잔뜩 질려있는 소녀의 얼굴을.
“너희들, 그만둬! 이곳을 쑥대밭으로 만들 셈이야?”
에이린의 고함소리가 두 사람을 뜯어말렸다. 당장이라도 모코우의 목을 파고 들 것처럼 검 끝을 치켜세웠던 소녀가 이를 악물며 들고 있던 흉기를 내린다. 그럼에도 정작 모코우는 소녀의 멱살을 움켜잡고 있던 손을 풀 줄 몰랐다. 다시금 에이린이 모코우의 이름을 호통치고 나서야 머릿속이 열기가 가라앉은 것인지, 분함을 감추지 못하는 기색을 역력히 띄며 소녀의 멱살을 난폭하게 내려놓았다.
“당신이 초조해하고 있는 건 알겠어.”
뒤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었던 것인가. 메리벨에겐 은발의 소녀의 등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카구야의 것이 분명한 목소리가 뒤죽박죽으로 튀어 오른 분위기를 주워 담았다.
“하지만 이 상황에 쫒기고 있기로서는 우리도 마찬가지야.”
그 한 마디가 소녀의 저돌적인 태도를 가라앉히는 안정제로 작용한 것이었을까. 돌을 던진다면 어디까지고 가라앉을 것 같이 바닥이 보이지 않는 어스름이 깔린 소녀의 두 눈이 카구야가 서 있을 방향을 향했다.
“하지만 그녀를 처음 발견했을 때처럼 아무것도 모르게 한 채 움직인다는 건 무모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지. 다른 것도 아니고 이 이변의 중심에 있는 자가 당신의 그 형편없는 취급에 마음을 바꿔 ‘저쪽’에 붙는다면 어떻게 할 셈일까?”
분함 때문일지, 초조함 때문일지, 아니면 다른 그 무언가의 이유 때문일지 검을 쥔 소녀의 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음을 메리벨은 눈치 챌 수 있었다.
어떠한 마음의 지시였는지는 모른다. 누군가는 이 서술을 통해 떨고 있는 아이를 감싸는 부모의 애정을 떠올렸을지 모르겠다. 혹은 선생의 돌발스런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해야 할 지 쩔쩔매는 불쌍한 학생을 위해 자신이 직접 입을 여는 우등생의 심리와 비슷했을지 모른다. 다만, 단지 그 모습이, 스스로의 감정조차도 무엇이라 정의할 수 없을 정도로 뒤죽박죽인 메리벨의 머릿속을 한 층 더 가속화 시켜, 두려움도 의혹도 혼란도 일단 뒤로 젖혀둔 채, 지금 이런 상황에서야 말로 그녀에게 자신의 의견을 확실하게 전해야 한다는 생각을 우선시 하게끔 만들었다는 상황만을 알 수 있을 뿐이다.
“──무엇 때문에”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일까.
나락의 밑바닥을 바라보는 것처럼 아래를 향해 숙여진 소녀의 고개는 메리벨을 향해 올라갈 줄 몰랐다. 메리벨은 잠시 호흡을 골랐다.
“무엇 때문에 그 안개가 자욱한 장소에서 정신이 든 것인지, 무엇 때문에 한밤중에 하늘을 나는 기괴한 경험을 하고, 무엇 때문에 요괴에게 쫓겨야 했으며, 무엇 때문에 당신과 후지와라노씨가 싸워야 했던 것인지, 무엇 때문에 당신이 나를 데려가고 싶어 하는 것인지도…… 전 알지 못해요.”
메리벨 자신의 시선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은발의 소녀를 향해있는 상태다. 그랬기에 다른 주변은 보이지 않았지만, 메리벨은 피부를 통해 느껴지는 감각을 통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무엇 때문에 이름을 제외한 과거의 기억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 것인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이 방 안에 서 있는 모두가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이런 것들보다 더 참을 수 없는 건, 앞으로도 제가 계속 아무것도 모른 채 이런 상황들을 반복해서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일입니다.”
메리벨은 자신의 옆에 놓여있는 휴대폰을 내려다봤다. 아마도 ‘외래’ 라고 불리는 곳에서 흘러 들어왔을 그 물건은 어떠한 지표나 알림도 말해주는 일 없이 침묵만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난 그게 싫어요.”
메리벨은 고개를 들었다.
“만약…… 이런 상황을 계속 강요받게 된다면, 전 온 힘을 다해 저항할 겁니다.”
“저항한다니, 무슨 방식으로?”
짙은 미소를 입가에 걸친 채 카구야가 재밌다는 듯이 메리벨을 향해 질문을 건넸다. 그것은 마치 모든 상황을 전부 꿰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 짐짓 아이에게 과실에 대해 묻는 부모의 떠보기와도 비슷했다.
“우선 당신들의 시선으로부터 도망치는 것부터 시작하겠죠.”
메리벨은 자신의 눈동자를 올곧이 바라보는 그 시선에서 또다시─ 모코우 때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질적인 소름이 느껴짐을 알 수 있었다. 아득히 먼 곳, 같은 땅 위를 딛고 있으면서도 높은 하늘을 바라보는 자의 시선을 따라갈 때의 통증, 그 아픔이 이러한 것일까? 혹자는 이것을 높은 건물 위에 서 있는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기 위해 들어 올린 눈길이 기다렸다는 듯 사정없이 각막을 찔러오는 햇빛의 고통에 비유할지도 모를 일이겠다.
“──쿡, 쿠쿡, 아하하, 아하하핫! 그렇다는데, 어떡하겠어? 후후훗, 이럴때는 ‘정말로’ 토끼들한테 의뢰라도 해야하나?”
메리벨의 말을 점검하는 것처럼 방 안에 묵직하게 가라앉은 침묵에게 할애된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자신들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가정의 성립을 전재로 한 그 얘기가 허무맹랑하게 들렸던 것인가, 아니면 결정적인 순간에는 필시 달변가라도 부러워 할 단호함과 냉정함을 보이는 태도가 문제였던 것인지는 모른다. 다만 그 얘기가 그토록이나 재밌었던 것인지 웃음을 참지 못한 채 대소를 터트리는 카구야의 태도는 일대에 가라앉은 침묵을 뻥하니 날려버리고도 남았다.
“저기 공주님, 그럼 전에 말씀하신 영원정 바깥의 감시는……?”
“아아, 미안 레이센. 그거 그냥 구실이었어. 뭐어, 어차피 이곳의 토끼들은 죽림의 숲 바깥으로 나가지도 못하는 겁쟁이들뿐이니 부탁한다 한들 귓등으로 듣지도 않았겠지만. 어머, 그런데 아직 있었니? 분명히 너에겐 심부름을 맡겼던 것 같은데.”
“분명 방 문 앞에서 토끼들에게 확실히 말씀 전해드렸다고 보고 드렸는데…… 아니, 이전에 방금 공주님 스스로 구실이라고 말씀하시지 않으셨나요!”
“아아, 말 안 듣는 이나바는 필요없는데 말이지이~”
“공주니임~!”
놀리고 있다. 놀리고 있는 게 확실한 변구(辯口)가 토끼귀를 가진 소녀를 이리저리 농락하고 있었다. 뜬금없기까지 한 그 광경과 분위기에 메리벨이 어안이 벙벙해진 건 말할 것도 없다. 전에 메리벨이 느꼈던 소름의 원천과는 전혀 다른 방향에 위치하고 있는 ‘인간다움’이 카구야에게서 보였던 것이다.
애초에 이에 대한 해설이 돌아오기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의문이 섞인 시선으로 바라본 모코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곤 머리를 벅벅 긁고 있었다.
“…………큭.”
은발의 소녀가 이를 막무는 소리는 카구야와 레이센이라 불린 토끼귀소녀가 떠드는 소리에 묻혀 주변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았다. 방을 가로지르는 인기척을 느끼곤 메리벨이 그녀를 향해 시선을 돌렸을 때엔 소녀는 이미 견딜 수 없다는 듯이 문 바깥으로 뛰쳐나가고 있었다.
“잠……!”
은발의 소녀를 붙잡으려던 손을 억센 손놀림이 붙잡으며 제지한다.
놀란 눈으로 바라 본 곳에는 모코우가 단호한 표정으로 메리벨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런 녀석은 내버려 둬.”
“하지만!”
따져야 한다고 생각했으면서도 자신의 눈동자를 지긋이 바라보는 시선에 메리벨은 목가를 스멀스멀 올라오는 오한이 말을 삼키는 것을 느꼈다.
“혼란스럽겠지.”
카구야의 목소리다. 어느새 다가온 것인지, 그녀는 메리벨이 앉아있는 침대 모퉁이로 다가와 털썩 주저앉았다.
“당신이 방금 했던 말들은 120년 전에 그녀 자신이 했던 말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있었으니까.”
메리벨은 순간적으로 자신의 두 귀를 의심했다. 120년? 보통 사람의 수명을 생각해 보면 아무리 많이 쳐줘도 20대 초반처럼 보이는 은발의 소녀가 120년 전에도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농담으로 치부하기엔 카구야의 태도는 너무나도 태연자약한 것이었다.
“아무리 냉철함을 가장하고 있어도 본성은 어쩔 수 없는 거야. 서로에 관해 아무것도 모른 채로 여기까지 오는 과정은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외래인 자신이 확고한 의지를 표했으니 이제부터 그런 사람을 배달 맡은 짐짝처럼 다룰 수 있을 정도로 강철심장은 아니라는 거지.”
“네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니 아주 해학적인 느낌이 드는군.”
카구야의 말을 받아 모코우가 우습다는 듯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런 모코우를 향해 카구야는 피식 웃고는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뭐, 멀리 가진 않을꺼야. 이토록 일이 벌어졌는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되돌아갈 정도로 그녀는 뻔뻔하지 않으니까.”
“무슨 근거로 그렇게 자신만만한 소릴 하지?”
“감, 일까?”
생글생글 웃는 카구야의 시선과 잔뜩 골이 난 것 같은 모코우의 시선이 마주쳤다. 잠시간의 침묵 위를 두 눈초리가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는가 싶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모코우는 졌다는 것처럼 한숨을 푹 내쉰다.
“그 녀석이 무슨 사고나 저지르지 않으면 좋을 텐데.”
“이 미궁의 죽림에 설치된 결계는 완벽해.”
“하지만 홧김에 휘두르는 장검에 집안 살림이 부서져 나가는 사태에 대한 대비는 완벽할지 궁금해지는군.”
살림이 부서진다는 말에 멀찌기 뒤에 서 있던 토끼귀소녀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그녀는 아무래도 대충 눈어림으로 헤아려도 하루 이틀 만에 끝날 것 같지 않은 이 넓은 집안의 정리를 해야 할 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잠시만요.”
도중에 대화를 끊고 들어온 메리벨의 목소리에 카구야와 모코우의 시선이 향했다. 각각 소름을 느낀 두 시선을 동시에 받고 있다니 시야가 아찔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메리벨은 그런 걸 일일이 신경 쓸 겨를도 없을 만큼 머릿속이 한 가지 생각으로 꽉 차오른 상태였다.
“120년 전이라니 그건 무슨 소리죠?”
메리벨은 은발의 소녀와 처음으로 만났던 때를 떠올렸다.
자욱하게 깔린 안개에 가려 끝이 보이질 않던 계단에서 만난, 투명한 구체 같은 기묘한 형태의 유령을 뒤에 달고서 다짜고짜 검을 목 끝에 겨누기부터 한 소녀의 모습.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는 자신의 말에 그녀는 분명 ‘120년 전에는 통했을 변명이었을지 모르겠지만…’ 라는 대답을 했었다.
메리벨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거론되는 그 120년 전에 이 사태에 대한 실마리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강하게 일었다. 아니, 이전에──
“이전에── 그 120년 전을 거론하는 당신들은 대체 몇 살인 건가요?”
메리벨은 그 질문이 전혀 농담조로 얘기한 것도 아니고, 우스울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점점 입가를 일그러뜨리는 두 사람 -아니, 정확히는 카구야 한 사람만- 의 표정을 보며 진지하게 자신의 말을 재검토해야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성을 느꼈다.
“푸훗, 푸하하핫! 아, 미안미안. 웃을 생각은 아니었는데, 풋, 이런 질문을 대체 얼마만에 들어보는 건지……!”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리는 카구야와는 달리 모코우는 표정이 어두워져 있었다. 전혀 상반된 두 사람의 태도 사이에서 메리벨은 혼란이 오는 것을 느꼈다.
“푸훗, 후후후……. 나이, 나이라. 후후… 글쎄. 한 천년을 넘어간 이후론 세는 것도 무의미해져서 포기하고 말았는데. 실제로 얼마나 됐으려나?”
“…….”
거울이 눈앞에 있다면 메리벨은 자신의 두 동공이 필시 놀람으로 크게 확대 됐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모코우의 대답은 이런 생각을 보기 좋게 차 날리는 것이었다.
“별로 놀라지 않는군.”
메리벨은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려 자신의 볼가를 매만졌다.
평평하게 미끄러지는 볼가에서는 어떠한 표정도 만져지지 않았다.
……그것을 어떠한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현재의 메리벨로서는 알 수 없었다.
“불로불사라고, 들어봤을지 모르겠네.”
여전히 홍소가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카구야는 쿡쿡 낮은 웃음을 섞으며 장난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자신을 향해 던져진 키워드를 손에 쥔 사고가 조각조각 바스러진 기억이 잔류하는 바다 속에 손을 담그며 이해의 한 조각을 집어 든다.
이름을 제외한 과거의 기억을 전부 잃어버린 메리벨에게 있어 어디서 그런 소리를 처음 들었는가, 어떠한 방식으로 그것에 대해 알게 되었는가에 대한 의문의 해답은 알 수 없었다. 아니, 빠져있다고 하는 편이 옳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메리벨 자신의 내부에 묻혀있는 지식은 구멍에 여기 저기 금이 간 것들 투성이었다.
“……설마…… 당신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 수 있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필요한 부분── 그 규격에 맞게끔.
봉래(蓬萊).
선인이 거하며 불사의 영약(靈藥)이 있다고 전해지는 중국 전설상의 산과 이름을 같이하는 동시에, 불로불사의 오랜 염원이 빚어낸 환상 속 이야기.
염원하나, 이루어질 수 없기에 환상이 되어버린 그 이야기를…… 이 사람들은 일찍이 자신 안에 이룩했다고 말하는 것인가.
“그래──. 이미 인간의 범주가 아니게 된 우리에게 그런 질문을 하는 것도 우습지 않겠어?”
그런 자들을 자신의 상식이 인지하고 있는 인간으로서, 인간의 규격에 맞게 생각하고, 상대해도 되는 것일까.
어쩌면 자신은 요괴들에게 쫒기는 것보다 더 터무니없는 장소에 발이 묶이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리며── 메리벨의 두 눈은 자신 앞에 던져진 카드의 뒷면을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었다.
- To the Next Latent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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